분류 전체보기12 [글쓰기 20분-3기]8일차 최근 ‘우리 영화’라는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다.죽음을 앞둔 시한부 여배우가 실제로 시한부 주인공이 되어 생의 마지막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설정만 보면 흔한 멜로드라마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연출이 무척 단정하고 담백하다. 억지 눈물도 불필요한 자극도 없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마음에 든다.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남궁민과 전여빈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점이 이 드라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둘은 말보다 눈빛으로 감정을 주고받고 흔들리는 마음을 조용히 표현해 낸다. 격정적인 사랑이 아니라 함께 무너지는 과정을 견디는 동행처럼 느껴진다."죽어가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이 드라마는 그 질문을 안고 천천히 걸어간다.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의심하고 또 믿으려 한다.아직 드라마는 .. 2025. 7. 2. [20분 글쓰기-3기]7일차 작은 손, 큰 바람아침부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분주히 외출에 나섰다.내가 활동하는 봉사단체에서 11월에 예정된 전국 단위 행사를 위해 답사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첫 번째 방문지는 왜관수도원이었다. 이곳은 베네딕도회가 관리하는 수도원으로, 원래 그 뿌리는 북한의 덕원교구에 있다. 한국전쟁 당시 남하하면서 지금의 왜관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20대 시절, 나는 이곳에서 수도원 체험을 한 적이 있다.수도원의 정신은 “기도하고 일하라.”이다. 말 그대로였다. 2박 3일간의 체험 동안 나는 열심히 기도했고 또 열심히 일했다. 한여름의 노동은 고되고 땀도 많았지만, 그만큼 마음은 경건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이번 행사의 핵심 일정이 이곳에서 진행되기에 수도원장님을 만나 인사를 드렸고, 함께 간 담당 수녀님의 탁월.. 2025. 7. 1. [20분 글쓰기-3기]6일차 조용한 수녀원에서 피정을 하고 있다.템플스테이와 비슷한, 가톨릭의 ‘소울스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이곳은 산속이라 인터넷은 느리고, 전화는 아예 터지지 않는다.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과연 업로드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기도하고, 묵상하며 조용한 곳에서 차려주는 밥을 먹는 이 시간이 참 여유롭고 복되다.게다가 내게 배정된 방은 넓기까지 해서, 나는 이 방을 ‘스위트룸’이라 이름 붙였다.유기농 식사에, 숲이 보이는 창밖 풍경, 그리고 스위트룸이라니… 어느 호텔이 부럽지 않다.아침이면 숲길을 산책하며 기도하고, 맑고 싱그러운 공기를 들이마신다.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경험인가.공부와 업무가 쉴 새 없이 몰아치던 일상에서 벗어나이런 소소한 여유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었다.성경을 읽고, 기도.. 2025. 6. 29. [20분 글쓰기-3기]5일차 아이들의 태도, 어른들의 그림자어제 사립 초등학교에 성폭력 예방교육을 다녀왔다. 2학년과 6학년 수업을 맡았고, 같은 내용을 각기 다른 수준으로 준비해 갔다. 아무래도 고학년은 논리적인 사고와 추론이 가능하니 수업에 더 잘 참여할 것이라 기대했다. 특히 사립학교인 만큼 전반적인 학습 분위기도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막상 수업을 해보니, 예상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공립학교 아이들보다 오히려 수업 진행이 더 어려웠다. 교사의 질문에 대한 반응, 학생들의 질문 수준, 교실 안의 집중도 등 여러 면에서 저학년 아이들의 학습 태도가 오히려 훨씬 더 성숙하고 진지하게 느껴졌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곰곰이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함께 간 선생님들은 요즘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너무 귀하게만 .. 2025. 6. 28.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