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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글쓰기-3기]6일차

by 루나79 2025. 6. 29.

[20분 글쓰기-3기]6일차
[20분 글쓰기-3기]6일차

조용한 수녀원에서 피정을 하고 있다.
템플스테이와 비슷한, 가톨릭의 ‘소울스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곳은 산속이라 인터넷은 느리고, 전화는 아예 터지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과연 업로드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기도하고, 묵상하며 조용한 곳에서 차려주는 밥을 먹는 이 시간이 참 여유롭고 복되다.
게다가 내게 배정된 방은 넓기까지 해서, 나는 이 방을 ‘스위트룸’이라 이름 붙였다.
유기농 식사에, 숲이 보이는 창밖 풍경, 그리고 스위트룸이라니… 어느 호텔이 부럽지 않다.

아침이면 숲길을 산책하며 기도하고, 맑고 싱그러운 공기를 들이마신다.
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경험인가.
공부와 업무가 쉴 새 없이 몰아치던 일상에서 벗어나
이런 소소한 여유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었다.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이 시간 속에서
나는 에너지를 충전하고 마음을 다독인다.
밖은 폭염이라지만, 이곳은 서늘하고 시원하다. 정말 천국 같다.

그동안 펼치지 못했던 성경책을 꺼내어 오늘 내게 주어진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고요함 속에서 외로움이 아닌 고독을 선택하며,
이 평화롭고 깊은 여유에 내 몸과 마음을 맡긴다.

삶은 언제나 분주하고 소란스럽지만, 때때로 이처럼 완전히 멈춰 서서, 고요 속에 나를 앉히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게 잠시 멈춰야만 비로소 들리는 것들이 있다. 지금, 그 소리를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