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을 닦는 시간
아이들이 미국으로 떠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처음 공항에서 등을 돌리던 아이들의 뒷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멀리 보내는 일이 쉽지 않았기에 걱정도 컸지만, 아이들은 예상보다 잘 적응해주고 있다. 역시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고 성장하는 힘이 있는 존재라는 걸 느낀다.
아이들과 남편이 떠난 후, 나는 쉬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야 했다. 대학원 졸업을 위한 교육봉사 60시간, 졸업시험, 교생실습 한 달, 상담사례 20시간 등 해야 할 일들이 줄지어 있었다. 어느 날은 체력이 바닥나는 게 느껴질 정도였고, 결국 눈의 실핏줄이 터지는 일도 겪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보며 스스로도 놀랐다.
자유가 주어진 듯했지만 그것은 온전한 자유는 아니었다. 해야 할 일들이 여전히 많았고, 책임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기도와 묵상의 시간이 늘어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를 돌아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스스로 부족한 점들을 마주할 때면 작지만 진한 부끄러움이 따라왔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지금이라도 나를 자각하고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하게 느낀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외로움과 자유가 동시에 찾아왔다. 그 경계에서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나는 이 시간을 통해 조금씩 나를 정돈하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잘 살아가고 있듯이, 나도 내 자리에서 나의 몫을 감당하며 단단해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