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춰 마신 하루
어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장마철이니 비가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괜스레 설렌다. 내리는 비를 보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망설임 없이 차를 타고 길을 나섰다. 다행히도 함께 해주는 일행이 있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따끈한 돌솥밥에 구수한 누룽지를 만들어 먹고, 통창이 있는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과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나도 모르게 나를 숨기지 않고 조금 더 솔직하게 내보이게 된다. 하루 종일 조용히 비가 내렸고, 세상은 맑고 깨끗해졌다. 그 풍경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지고 맑아진 듯했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하루가 너무 짧게 느껴졌다.
오늘 이 하루의 시간을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이런 하루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기에, 다시 맞이할 또 다른 하루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그렇게 내가 간직해 온 따뜻한 추억들이 쌓여, 결국 나를 지탱해 주었고 힘겨웠던 시간들을 무사히 건너올 수 있었음을 떠올리며, 오늘도 조용히 마음속에 감사함을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