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히스토리, 오늘은 선물
![[20분 글쓰기 채린지-3기]9일차](https://blog.kakaocdn.net/dna/qTPo7/btsO6eWaptC/AAAAAAAAAAAAAAAAAAAAAEp9KTq8j9nxlvdRILwWwxSRegjL8922CE9WEXQ6pCJe/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539739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GhZ%2Bwr%2BaVN13WQHZqYxv91oADIQ%3D)
"어제는 히스토리, 내일은 미스테리, 오늘은 선물이니 지금을 즐기렴.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익숙한 문장인데, 이상하게도 오늘 따라 오래 머문다.
화상을 입고도 100세가 넘도록 살아낸 한 할아버지가 영상 속에서 전하던 말.
짧은 영상이었지만 긴 여운이 남았다.
사실 나는 아직도 '그날'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특히 여름이면 더 또렷하게 그날이 떠오른다.
그날은 분명히 지나갔고 나는 여기에 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그 여름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날은 내 히스토리인데, 나는 여전히 그 기억 속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나는 때때로 과거를 잊고 있는 미래를 상상하며 오늘을 흘려보낸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만큼 공허한 일도 없다.
이미 떠나버렸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날임을 잘 알지만 여전히 나는 가끔 그날을 떠올린다.
잊고 싶어서 산을 찾았다.
자연은 모든 것을 품어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잘 잊히지 않았다.
나무는 조용히 내 눈물을 받아주었고 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어딘가 허전했다.
모든 날들의 시간이 마치 꿈처럼 흐릿해지기도 했지만, 어떤 날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나는 지금 어디에 머물러야 할까.
그날은 지나갔고 그날의 나도 함께 사라져버린 것 같아 이 여름이 더욱 아프다.
사람들은 시간이라는 약이 모든 것을 낫게 해준다고 말하지만, 나는 아직 약이 듣지 않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잊으려 할수록 더 또렷해지는 것이 있다는 걸 이번 여름에도 또 배운다.
하지만 문득, 그 영상 속 할아버지의 말이 다시 마음을 툭 건드린다.
'오늘은 선물'이라는 그 말.
어쩌면 나는 그 말을 믿어보기로 마음먹어야 하는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내 젊은 날의 소중한 것이 지나갔지만 내가 살아 있는 오늘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기억은 뒤를 잡아끌지만, 오늘의 나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느리지만, 나만의 속도로.